며칠 전 BZCF 채널에서 영상을 보았다. 트위터와 Square를 창업한 Jack Dorsey가 Sequoia Capital 팟캐스트에 나와 한 시간 동안 패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었는데, 앞으로 바뀔 기업의 미래를 미리 경험하는 느낌이었다. 영상이 전체적으로 너무 좋지만, 두고두고 읽기 위해 특히 기억에 남는 인사이트 7가지를 코치의 시각에서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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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sey가 짚은 7가지 변화
1. 회사를 하나의 지성으로 보는 사고실험
Dorsey가 가장 먼저 짚은 자리. AI 시대를 단순히 "직원을 10배 생산적으로 만드는 도구"로 보는 건 추상적이라는 것이다. 이건 생산성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그가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100명이 속해있는 회사라면, 그리고 본인 회사를 하나의 AGI (인공일반지능 — 인간 수준의 종합 사고가 가능한 AI)로 만든다면 어떤 모양일까?"
지금도 조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슬랙으로, 구글독스로, 노션으로, 각종 결과물 (artifact)로 기록되고 있는데, 그 위에 지능이 얹히면 — "실제로 회사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CEO만이 아니라 누구나, 회사가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결정되어 나아가고 있는지 모두가 같은 해상도로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2. 계층제는 이제 시대에 안 맞을 수도 있다
기존 5단계로 쌓여 있던 보고 구조 (CEO → 임원 → 디렉터 → 매니저 → 실무자 식)를 2~3단계로 줄이고 싶다고 했다.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계층이 아예 없는 것이다. 극단적으로는 "6,000명 전원이 저에게 직접 보고하는 구조다. 이전 구조에서는 말이 안 되지만, AI가 정보 흐름을 중개하니 가능해졌다.” 이전의 구조에서는 말이 안 되지만, AI가 정보 흐름을 중개하니 가능해졌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간 매니저 layer (중간 관리자 층)가 했던 정보 중계 역할을 AI가 가져갔다는 뜻이다.
3. 역할은 세 가지로도 충분하다.
이제 3가지 역할만 남았고, 전통적인 매니저 직위는 대부분 사라졌다.
- 직접 만드는 사람 (IC, Individual Contributor) — 엔지니어·디자이너·세일즈 등. AI 에이전트의 지원으로 한 명이 과거 10명의 일을 해낸다. 끝까지 남는 인간의 기술은 판단력·취향·창의성.
- 전략과 오너십을 가진 사람 (DRI, 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 — 고객 성과를 책임지고 IC 팀을 구성한다. 남는 기술은 오너십·책임감.
- 코칭하면서 본인도 일하는 사람 (Player-Coach) — 오늘날의 매니저. 단, 지시하는 게 아니라 직접 일하면서 보여주는 사람. 미래에는 보고 구조가 아니라 "임무 (assignment)" 로 IC·DRI에 배정된다.
4. 고객 신호가 곧 로드맵이 된다.
이제는 윗사람들이 정하는 로드맵(제품 개발 계획)이 아니다. 고객이 우리 제품과 대화하는 데이터를 통해 회사가 무엇을 만들지 결정된다. 인터페이스가 클릭에서 대화로 옮겨가면서, 그가 표현한 대로 "고객이 진짜로 원하는 것의 해상도가 갑자기 풍부해졌다." Dorsey가 짚은 한 줄은 단단하다. "우리의 한계 요인은 로드맵이다. 이를 방정식에서 제거해야 한다. 고객이 우리와 함께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해야 한다."
5. AI는 결정자가 아니라, 결정의 맥락을 깔아주는 자리다.
AI 시대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오해를 한가지 짚어야 한다. "AI가 결정의 대부분을 한다고 보지 않는다. AI는 더 풍부한 맥락에서 결정하게 만든다.” I don't think AI is making the majority of decisions. It's facilitating a more context-rich decision)" 결정은 여전히 사람이 한다. 단, 사람이 결정할 때 AI가 옆에서 정보의 해상도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Dorsey는 한 발짝 더 나갔다. "이상적인 경우에는 고객이 대부분의 결정을 내린다. 그들의 쿼리와 행동이 우리의 로드맵을 결정하고, 우리는 그것이 우리의 전략과 일치하는지 판단할 뿐이다." 결정의 권한은 더 분산되고, 사람의 일은 판단에 집중된다.
6. CEO의 역할은 ALIGNMENT 이다.
Dorsey가 본인 CEO 역할을 이렇게 다시 정의했다.
"내 역할은 인간 정렬 (alignment — 사람이 결정한 방향과 회사 가치관이 어긋나지 않게 만드는 일)의 추가 체크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결정자도, 명령자도, 위계의 정점도 아니다. 회사가 만드는 결정들이 우리의 의도·가치관·취향·독창성과 어긋나지 않는지 —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하는 자리. 한국 CEO·창업자가 본인 정체성을 다시 정리할 만한 자리이기도 하다. 본인이 모든 결정을 직접 내려야 한다는 압박을 내려놓는 순간, 리더는 더 깊은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7. 리더의 자질이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리더의 자질은 경험·직관·네트워크였다. 그런데 Dorsey가 짚은 부분은 다르다. 지속적으로 다시 배우는 능력, 그리고 노이즈 (불필요한 정보·방해 요소)를 거르는 능력. 그가 강조한 한 가지가 있다. "지능이 내놓는 것을 결과로 볼 게 아니라, 우리가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입력값 (input)으로 봐야 한다. 내가 매일 3시간씩 AI를 붙들고 있는 것도 더 좋은 입력값을 얻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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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리더의 일은 어디로 옮겨가는가
Dorsey가 본 미래가 진짜라면, 현재 리더들의 일도 한 발짝 옆으로 옮겨가야 할 자리들이 있다. 코칭에서 격주로 만나는 조직의 매니저 · C레벨들과 이야기를 풀어가다보면 네 가지 자리가 보인다.
1. "답을 가진 사람"에서 "신호를 듣는 사람"으로
지금까지 리더는 본인이 답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못 하면 무능. 그런데 Dorsey가 보여준 자리는 답을 1년간 모르고 머문 후, 결단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는 것이다. 답을 갖는 게 아니라 — 신호를 정확히 듣는 자리가, 새 리더의 일이다.
2. "결정하는 사람"에서 "정렬을 만드는 사람"으로.
AI가 정보의 투명성을 깔아주는 시대다. 리더가 "내가 결정한다"가 아니라 — "정보를 펼쳐 놓고, 우리 팀의 결정이 정렬되게 만든다." 결정의 자리는 분산되고, 리더의 자리는 정렬을 만드는 자리로 옮겨간다.
3. "위계의 정점"에서 "원형의 한 자리"로.
피라미드가 아니라 원형. 리더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자리가 아니라 — 같은 동심원 안의 한 자리. 그 자리에서 신호를 듣고, 정렬을 만든다.
4. "경험을 쌓는 사람"에서 "지속적으로 다시 배우는 사람"으로.
경험은 빨리 낡는다. 매주 새로운 도구가 등장하는 시대 — 매주 다시 배우는 시간을 본인 일정에 박는 자리가, 진짜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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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 Dorsey의 한 줄, 그리고 한 줄 더
Dorsey가 영상에서 한 말 중 가장 오래 남은 한 문장이 있다.
"AI is not making the majority of decisions. It's facilitating a more context-rich decision."
매일 변화하는 세상에서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이 글을 접하는 모든 분들도. 새 도구가 매주 등장한다고 해도, 새 도구가 가져오는 진짜 가치는 본인이 더 풍부한 맥락에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풍부함을 충분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본인에게 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신호와 소음을 구분하고,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가려내는 취향 (taste)이 핵심이다. 새 시대의 리더는, 빨리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답이 따라올 때까지 충분히 듣고 학습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원문: Jack Dorsey: Every Company Can Now Be a Mini-AGI (BZCF · Sequoia Capital)